요리는 꾸준히 좋아하긴 했지만, 취미로 제대로 즐기기 시작한 것은 독립 후 제 공간이 생긴 후였어요.

29년간 부모님과 살다가 서른을 앞두고 부모님께서 귀농을 하시면서 뜻밖의 독립을 하게 되었어요.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취향대로 취미를 즐기는 게 어려웠기에 퇴근하고 집에 가면 그저 쉬는 게 일과였어요. 독립 후에 저만의 공간인 혠바가 생긴 후부터 좀 더 요리에 취향을 담아볼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가정용 그릇이 대부분이었고,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생존형 요리를 주로 했다면, 독립 후에는 사용하는 식기구부터 주로 하는 요리, 즐기는 방식 모두 제 취향이 깃들어 있어요. 친구들이랑 모여 밥해 먹고 노는 화목한 공간으로 친구들과 요리 대회와 같은 모임을 가지기도 하고요. ('혠식당'으로 칭했는데 제가 칵테일을 좋아하면서 '혠바'로 이름을 바꿨어요.ㅎㅎ) 또 술 마시면서 책 보는 걸 좋아해 지금은 책과 술이 어우러지는 차분한 공간으로 변한 것 같아요. 

 덕분에 퇴근 후 밤이라는 시간을 새로운 하루처럼 살아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요리책을 만들 때는 좀 더 콘텐츠 위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시장성 있는 특정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을 발굴하는 게 제 일이기에 상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개인의 기록물에서 나아가 누군가의 삶을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인지 살펴보곤 하죠. 

이와 비교해 취미로 다루는 요리는 좀 더 잔잔한 이야기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집중해요. 요리를 할 때도 이 요리가 인기 있을지, 대중들이 좋아할지 생각하기보다 제 취향을 좀 더 섬세하게 담곤 하죠.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볼 때도 팔로우가 좀 적어도 주제 하나만 한정적으로 담는 것보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조금 더 사람 냄새 나는 잡지 같은 계정들을 주로 봐요.

그래서 추천해 드리고 싶은 방법이 있다면 좋아하는 취향의 사람들을 발견해 보고, 그들이 추천해 주는 콘텐츠를 살펴보는 거예요. 계속 모으다 보면 나만의 취향이 좀 더 다듬어질 거예요.

저는 스크랩을 진짜 많이 하는 편이에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주로 스크랩해요. 올리는 게시물이나 추천해 주는 것들이 대부분 저와 맞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싶은 사람을 5명 정도 뽑아서 그 사람들의 길을 쭉 따라가요. 예를 들어 채소 요리를 좋아하면 채소 요리 콘텐츠 자체를 모으는 것보다, 채소 요리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을 선정해서 따라가는 거죠. 그 사람들이 올리거나 추천하는 것들을 저장하고 시도하다 보면 그 시기가 조금 늦더라도 내 색이 날카롭게 잡히는 것 같아요.

인스타 보관함에 습관처럼 모아둔 메뉴들을 보니 캐주얼하지만 포인트가 있는 한 접시 요리라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특히 일상적인 재료들을 힙하고 트렌디하게 풀어내는 와인바 메뉴를 구경하는 것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영감을 얻고자 바 투어를 하기도 해요. 기억에 남는 메뉴는 배추 구이인데 특이한 소스를 뿌려놓은 것이 있어요.

반대로 노포나 한식집 반찬으로 나오는 메뉴들도 눈여겨봅니다. 트렌디하게 변주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 때가 많거든요. 오히려 정제된 책에서 메뉴 아이디어를 얻으려고는 하지 않아요. 창의력이 제한되는 느낌이라서요. 비주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아 핀터레스트로 이미지 수집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저는 괜히 칵테일 일기, 채소 안주 일기처럼 프로젝트, 챌린지라는 명목을 더해 이름을 붙이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하면 더 재밌더라고요. 재밌게 즐기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계절 밤 칵테일’이 있어요. 계절이 담긴 요리 그중에서도 채소의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간단한 안주 메뉴들을 끌려 해요. 술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채소 안주와 한 잔의 술’을 즐기기 시작했고, 현재는 ‘계절 밤 칵테일’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해서 취향에 맞춰 즐기고 있죠.

계절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다는 큰 틀이 있으니 메뉴 아이디어도 다채롭게 떠올랐어요.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주로 활용하기도 하고, 계절의 풍경을 담아 칵테일 디자인을 해요. (배 진피즈, 밤 깔루아밀크, 여름밤 칵테일 등등) 바에서 클래식한 칵테일을 맛보면 여기에 계절감을 어떻게 더할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데, 이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친구들이랑 놀 때도 그냥 맛있는 거 하나씩 해먹자 보다 이름을 붙여서 놀아요. <이번 콘셉트: 포장마차 요리 세계 제일 김밥 대결> 이런 식으로요. 콘셉트에 맞춰서 점수도 매기고 하다 보면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어요. (봄나물 솥밥 파티, 세계 제일 김밥 대결, 얼렁뚱땅 요리 대회, 새해맞이 만두 파티 등 해봤어요~)

요즘 그 친구들과 제일 하고 싶은 요리 콘텐츠는 분식 바에요. 분식인데 조금 다르게 와인 안주처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씩 가져오는 거죠. 예를 들어 유부초밥에 타르타르 소스 올리고, 베이컨 구워서 토핑 하는 것 혹은 떡볶이 같은 것도 매쉬드 포테이토 같은 거 올려서 조금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요. 이렇게 이름을 붙이다 보면 그냥 요리해 먹는 것보다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어요!!

또 힘 뺀 기록을 하는 것도 좋아요. 저는 힘 뺀 기록을 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인스타에는 한정된 사진, 축약된 글로 기록을 하다 보니 사진을 고르고 멘트를 쓰는 게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더라고요. 하나의 게시글로 올릴 정도의 일상은 아니지만, 기록은 해 두고 싶은 자잘자잘한 별거 아닌 이야기거리가 많은 편이라 블로그에 주간일기를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답니다. 사진이 별로여도, 글을 잘 못 써도 부담이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기록을 하다보면 일상을 잘 가꿔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또 취향이 맞는 분들과 소소하게 연결되면서 그 좋아하는 마음이 넓고 깊어져요. 기록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기록할거리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게 재밌어요. 귀여운 시선을 갖게 돼 별거 아닌 것들이 의미 있게 보일 때가 많답니다. 그런 것들이 삶을 꽤 즐겁게 만들어줘요.

취향을 찾는 목적에서라면 요리책을 에세이 보듯 읽는 것을 추천드려요. 책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요리 취향을 모아둔 것이기도 해서 프롤로그, 메뉴 설명부터 순차적으로 읽다보면 저자의 취향과 삶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와요. 특히 정보만 보기 좋게 정리한 요리책보다 조금은 덕후스러운, 저자의 취향이 잘 녹아있는 책을 읽다보면 나와는 취향이 다르더라도 이러한 취향을 가지게 된 과정이나 메시지가 느껴져요. 그러면 요리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지고 나도 이런 취향을 찾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요리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주제를 좁힌 후 나만의 취향으로 여러 책의 레시피들을 큐레이션 하는 거예요. 저는 초대용으로 멋있고 맛있는 것으로 시그니처 레시피들을 몇 가지 가지고 있어요. 여러 책을 펼쳐놓고 친구 초대용으로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한 책에서 많이도 말고 한두 개씩 모아둬요. 그중에서 '직접 해먹어 봤을 때 맛과 멋이 보장되었다! 내 시그니처 레시피로 할만한 거다'하는 메뉴들을 리스트업 해놓은 거예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본다. 이런 게 아니라 주제를 좁히고, 목적과 취향에 맞는 책들을 하나만 발견한다는 생각으로 차곡차곡 쌓고 직접 해보면서 어느 상황에서든 든든한 고정적인 요리 리스트들을 만들어 놓는 거죠! 해보면서 잘 맞는 책이 있으면 그 책 속 다른 요리도 더 해보고요.

요리는 직접 해봐야 해요! “작은 성공이 쌓이면 자신감이 되고, 작은 실패가 쌓이면 경험이 된다.” 책에서 본 문장이에요, 이렇게 몇 번 시도해서 든든한 내 시그니처 레시피 리스트가 있으면 자신감이 붙어서 요리가 더 재밌어질 거예요! 이렇게 한두 개만 성공했다면 그 책은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취향 탐색의 관점에서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는 책보다는 저자의 취향과 삶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요리책! 심플리 인 시즌, 밥 챙겨 먹어요, 행복하세요 등이 있어요.

제가 즐기는 칵테일과 책, 두 취미를 조합한 포스팅을 틀을 잡아서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sns에 기록을 남겨왔는데, 제가 좋아하는 취미를 조금 더 개발하고 싶어졌어요. 해서 계절밤 칵테일이라는 키워드로 계절의 재료,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하게 된 계절의 감상과 책등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야 제가 즐기는 취미를 차곡차곡 쌓아서 올리고 싶어요. 더 나아간다면 채소다방을 같이 만든 언니와 계절 밤 칵테일과 채소 안주를 주제로 북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싶어요🍸📚🌉

 또 잠시 이사로 홀딩 되었던 취향수집클럽 시즌2를 이어나가려고 해요. 취향수집클럽 시즌 2의 부제는 <계절밤 북스테이: 책과 술>이에요. 작년의 취향 수집클럽에서는 책, 영상, sns 등 다방면의 콘텐츠를 다루었다면, 올해는 '책'에 집중해서 진행하려고 해요. 집에 많이 있는 책을 활용해서 '책을 통해 나만의 취향 찾기'란 주제로 모임을 운영해나가려고 해요. 북스테이, 북 카페처럼 꾸며놓고 코멘터리 북 만들기 같은 것들을 하려고요. 선보이는 요리도 제가 개발하기 보다, 요리책 속 메뉴를 골라 책의 매력을 좀 더 입체적으로 전하려고 해요.

여기서 더 확장해서 내년에는 취향 잡지 클럽이라는 것을 운영하려고 해요. 자신의 콘텐츠를 결과물로 엮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책보다는 조금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잡지라는 수단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렇게 여러 통로에서 기획자, 책 편집자라는 제가 가진 직업적인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누군가의 매력을 최대치로 올리는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