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 번째 이야기
미지의 풍미를 찾아서: 세계의 음식과 재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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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뿌린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 사이 날이 많이 추워졌는데 다들 잘 지내셨나요? 레터 시작하기에 앞서, 이전 레터로 이야기 드렸던 것보다 긴 기간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이번 학기 시작한 졸업연구가 바빠지며, 병행이 어려워졌는데 미처 소식을 전달 못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정기적 발행이 어려울 것 같아 더 늦어지기 전 마지막 레터와 같이 이야기 드리고자 이렇게 레터를 쓰게 되었어요.
언제 돌아올 수 있을 지 확답은 드리기 어렵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이 지치지 않길 바라며 바쁜 일상 속 숨쉴 틈이 되었던 순간들을 이번 레터에 담아봤습니다. 다시 한 번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더 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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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지레터 한눈에 보기
🥖요리실험 뿌마카세 :3
🍶 요리이론 칠리 & 라임. 정열적인 멕시코를 만나다
👨👩👦식재료탐방 식사를 넘어서 예술로. 서울미식마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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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시작한 초반에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한 번에 몇명씩 초대해서 밥을 먹여주다 보니, 어느덧 저희 집에 별명이 생기더라구요. 제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찬' 이거든요. 정말 부끄럽지만.. 찬마카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오늘은 제 집에 누군가가 놀러오던 순간 함께하던 요리들을 한 번 이야기해보려 해요.
뭔가 특이하게도 저는 집에서 자취음식을 해 먹을 때 한식을 잘 안 하게 되더라구요... 여러분은 어떠하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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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본가에 가면 부모님께선 항상 집에서 키우던 바질을 뜯어서 챙겨주셔요. 자취방에 돌아오면 그 바질을 가지고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얼려놓고는 하는데요, 이렇게 바질페스토를 직접 만들어서 보관하면 집들이를 할 때 간단하면서도 꽤 괜찮은 그런 요리를 만들어 대접해 줄 수가 있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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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ji___official.
바질페스토 만드는 법
준비물 : 잣, 바질, 치즈, 마늘,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1. 바질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2. 마늘은 잘게 다진다.
3. 잣은 마른 팬에 약불로 살짝 볶는다. 굽거나 한다기보단, 안의 수분이 날라가겠거니 할 정도로.
4. 모든 재료를 한 데 넣고 섞어 믹서기로 간다.
<- 바질페스토 중심 사진 있으면 그거로 대체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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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단하지 않나요? 여기서 중요한 건 재료들의 비율인 것 같아요. 처음에 저는 오일을 너무 많이 넣어서 페스토라기엔 너무 묽게 만들어졌는데요, 시도할 때마다 오일 양을 조절했더니 원하는 농도가 찾아졌어요. 마늘은 음... 바질 한 30g에 두알에서 세 알을 쓰면 적당한 듯 해요.
잘 만들어놓은 바질 페스토로는 페스토 파스타를 해 대접합니다! 아래 레시피처럼 홍새우를 더하기도 하구요, 가끔은 면을 바꿔서 쌀국수 면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보기도 해요. 그치만 기본적인 레시피는 구성이 그대로니까, 새우 자리에 조개나 다른 해산물, 속재료를 넣거나 해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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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페스토 파스타
준비물 : 바질페스토, 파스타, 마늘, 페퍼론치노, 홍새우, 올리브오일, 소금, 치즈, 후추
1. 올리브오일은 중약불에서 잘게 다진 마늘과 페퍼론치노를 볶으며 향을 뽑아낸다.
2. 마늘에서 기포가 올라오게 되면 잠깐만 더 볶아주다가 홍새우, 그날 사용할 다른 재료들을 넣고 볶아준다. 이때, 재료에 따라 불의 세기를 조절한다. (아무래도 감칠맛이 도는 식재료는 마이야르 반응이 중요하니깐요.)
3. 정해진 시간보다 2분 정도 덜 삶은 파스타 면을 넣과 바질페스토를 넣고 약불에 소스와 섞는다.
4. 과정 3.에서 적절하게 면수를 넣으며 소스의 농도를 조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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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엔 감자와 양파가 정말 많아요. 이 감자와 양파를 언제 다 쓰지... 하면서 쳐다보고 있던 어느날, 감자 스프가 생각이 났어요. 스프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스프를 생각하면 시간, 정성, 그리고 끈기, 인내, 등등...의 단어가 생각나는 듯 해요. 양파가 카라멜라이즈되기를 기다리면서 하염없이 양파를 젓고 있다 보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번 연말에도 역시, 포테이토숲 :) 을 만들어 먹으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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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ji___official.
포테이토 스프
재료: 감자, 양파, 소금, 후추, 버터
1. 감자는 끓는 물에 토막내어 삶는다.
2. 양파를 버터와 함께 제일 약한 불에서 저어준다. 불이 강해지면 안되고, 양파에서 자연스레 수분이 빠져나올 때까지, 3~40분 저어 준다.
3. 양파가 갈색 빛이 되어 흐물흐물해지면 삶은 감자, 우유와 함께 갈아준다.
4. 잘 섞인 스프를 한 번 끓여내어 완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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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재료와 약간의 시간을 곁들여서..! 정성 담은 연말을 보내 보는 건 어떠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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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이론
칠리와 라임. 정열적인 멕시코를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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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볼 음식점은 한남동의 에스콘디도 입니다. 미슐랭 가이드에 2025년에 새롭게 등재된다고 공개된 식당으로, 멕시코 음식들을 내오는 파인다이닝이에요. 에스콘디도에 가기 전까지, 제게 멕시코 음식은 '스트릿 푸드' 그 자체였어요. 저는 서울에서 멕시칸 요리를 하는 곳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곳이 올디스 타코 아닐까 싶은데요, 이 곳도 스트릿 푸드로써의 멕시칸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럼 에스콘디도의 메뉴를 하나하나 같이 따라가 보도록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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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아뮤즈 부쉬' 로 코스를 시작하곤 해요. 마찬가지로 에스콘디도의 코스 역시 아뮤즈 부쉬인 우니 인플라다와 함께 시작돼요.
인플라다는 얇게 튀긴 또띠야를 부풀린 요리에요. 식감은 음.. 되게 얇으면서 빠삭한, 그렇다고 약하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페스츄리를 한 서너겹 겹쳐 놓은 정도의 강도일까요..? 안에는 멕시코 칠리와 콩피한 대구를 에스퓨마 형태로 넣었고요, 위에는 우니가 올라가 있어요.
오늘 얘기하면서 많이 언급될 것이 있다면 바로 '칠리' 일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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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의 뜻 그대로, 멕시코의 매운 고추들을 뜻하는 말이에요. 한국 요리에 고추장~ 고춧가루~ 가 빠지면 섭하듯, 멕시코의 요리는 거의 대부분 이 칠리가 들어가요. 한식의 청양고추는 뭔가 묵직하게 입안 전체를 얼얼하게 만든다면, 칠리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할라피뇨와 비슷비슷한 그런 콕 찌르고 들어오는 매운맛이 특징인 것 같아요.
미사여구가 정말 길었는데요, 우니 인플라다는 '아뮤즈 부쉬' 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우선 속을 채운 콩피한 대구.! 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전통 가정식 바칼라 만테카토 와 같은 맛이 났어요. 이 바칼라 만테카토는 나중에 진지 모임에서도 다뤄 볼 생각입니다만. 오일의 향긋함과 흰살 생선 특유의 부드러운 담백함이 정말 매력적인 요리에요. 그 맛을 고소한 또띠야로 감싸고 킥으로 칠리와 우니가 더해지는 맛이었어요. 향긋한 감칠맛에 녹진함이 더해진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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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요리로는 잿방어 아구아칠레가 애피타이저로 나왔어요. 올해 첫 잿방어를 이런 모습으로 맞이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아구아칠레는 원래 생새우와 생선 필레를 라임, 소금, 오이, 적양파, 칠리로 만든 소스에 적셔 먹는 요리에요. 우리한테 익숙한 요리로는 세비체랑 상당히 유사한 맛을 가지죠.
라임즙, 소금에 고수, 양파, 칠리, 토마토를 잘게 다져 섞으면 살사 소스가 되는데요, 아구아칠레에서 그 살사의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잿방어들 아래에 아보카도가 깔려 있었는데, 아보카도와 함께 살사를 퍼먹을 때면 마치 과카몰리를 먹는 듯 해서 재밌었어요. 잿방어보다 오히려 그 아래 소스의 맛이 더 메인이 되는 그런 재밌는 요리였던 것 같아요. 잿방어는 기름진 맛을 더해주는 역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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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리는 농어 알파스톨 타코에요. 메인 메뉴의 시작이죠! 앞에 놓인 술은 페어링하며 마셨던 칵테일 중에 하나로, 캐모마일티를 데킬라에 인퓨징해서 칠리와 파인애플을 넣었어요. 칵테일 페어링을 하며, 이렇게 데킬라에 다양한 향들을 입힌 칵테일들을 마셔볼 수 있었는데, 다른 어디에서도 마셔볼 수 없던 신기한 맛들이었어요.
꼬챙이에 꽂혀 빙글빙글 돌아가는 고기를 얇게 저며서 구운 파인애플과 곁들이는 타코를 알 파스톨 타코라고 해요. 농어 알 파스톨 타코는 고기 대신 농어에 향료를 발라내어 오븐에 구워낸 타코였어요. 파인애플과 함께 아보카도가 올라갔고, 그 옆엔 타코와 라임이 같이 나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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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에 구운 농어는 탄두리 치킨을 먹는 것 같았어요. 쫄깃하고.. 조금은 수분기가 없는 식감까지 더불어서 말이죠. 저 살사가 정말 매운 맛이 강해서 강렬했어요. 이 뒤로 나왔던 타코들은 재료의 '풍미' 를 강조한 디쉬였어요. 이 타코는 담백함 위에 라임과 칠리..! 라는 타코의 상징성을 보여준, 전통적인 타코를 나타내는 디쉬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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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나온 타코는 도미 튀김 타코였어요. 이렇게 보다 보면 요리들마다 특이점이 하나씩 있는데 눈치 채셨을 지 모르겠네요. 요리의 메인 탄수화물 역할을 하는 또띠야의 색이에요. 요리마다 색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지 않나요?
에스콘디도에서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다양한 멕시코의 토종 옥수수를 활용한 또띠야였어요. 신기하게도 사용되는 옥수수의 품종별로 맛과 질감에 차이가 있더라구요. 이 자색 옥수수는 살짝 쫄깃한 느낌의 또띠야였어요. 앉아있는 곳 안에 오픈 주방에서 직접 또띠야를 굽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 재밌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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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튀김 타코는 위에 라임에 절인 배를 올렸어요. 그 아래에는 숙성하고 버터에 튀겨낸 도미와 딜이 들어간 살사가 있어요. 예전에 인터넷 낚시 커뮤니티에서 "돌돔으로 생선까스 만들어 먹었다" 라는 글이 올라온 적 있었어요. 댓글로는 비싼 횟감으로 뭔 짓을 하는 거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글쓴이 분은 정말 맛있었다는 얘길 했는데요, 그 글쓴이 분이 먹었던 생선튀김도 이와 비슷한 맛이 아니었을까요.
직전에 나왔던 농어와 다르게, 생선이 정말 부드러웠어요. 버터리하단 말이 어울릴까요? 더불어서 정말 꼬소~ 했구요. 살사는 치폴레 고추를 써서 묵직한 매운맛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향긋 달달 고소 부들부들 의 뉘앙스를 가진, 그 사이에 묵직한 매콤함이 받쳐주는 그런 타코였어요. 이날 먹은 해산물 요리 중에는 가장 맛있던 디쉬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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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코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디쉬로, 노루궁뎅이 버섯을 올린 토스타다에요. 토스타다는 또띠야를 튀긴 후에 위에 재료를 올려 먹는 멕시코의 요리에요. 타코와 마찬가지로, 어떤 재료든 올라올 수 있지요!
차이가 있다면, 토스타다는 베이스가 되는 또띠야를 튀겼으니, 좀 더 묵직한 맛이 나는 재료들을 올리는게 적절하려나요.
부르스게타 와 크로스티니 의 차이를 예로 들 수 있을 거에요. 둘 다 빵 위에 재료를 올려 먹는 애피타이저인데, 둘의 차이는 빵을 구웠는지 아니면 그냥 올렸는지로 정의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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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스타다도 먹었던 디쉬 중에 가장 묵직한 맛이 났어요. 더불어서, 마지막 또띠야를 사용하는 요리기도 했지요. 점점 맛을 묵직하게 쌓아가다 여기서 터뜨려 버린 듯한 느낌..? '살사라차' 라는 칠리오일을 올렸다고 하구요, 하바네로 고추를 인퓨징해서 애플민트와 올렸고 노루궁뎅이 버섯을 튀겨서 올렸어요. 이 아래에는 땅콩 살사를 만들어서 깔았어요.
살사에 땅콩을 사용한 건 처음 경험해봤는데요, 땅콩 향이 잘 묻어나서 되게 신기한 맛이었어요. 마치 음 .... 중식 요리에 살짝 들어가는 그 땅콩 소스의 맛 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섞여드는 맛이었어요. 노루 궁뎅이 버섯은 정말 향기롭더군요 ㅎㅅㅎ 가끔 고깃집에서 팽이버섯을 숯불에 구워먹으면, 그게 아주 잘 익었으면, 느낄 수 있는 감칠맛에다가, 좀 더 두꺼운 버섯들의 씹는 식감이 더해진 느낌이려나요.... 정말 정말 감칠맛이 강렬해서 애플민트마저 묻혀버리는 듯한! 그런 요리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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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 매로우 타코였습니다! 본 매로우는 신의 버터라고도 불린다는, 골수에요. 예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먹어보네요.!
지방기가 가득한 느낌에 감칠맛이 섞여 있는 맛이었는데요, 음 ... 소고기를 먹다 보면 지방이 뭉쳐 있는 듯해서, 부드럽게 뭉개지는 식감이 나는 하얀 부분들이 있죠, 그 부분을 근데 좀 더 향긋한 부분을 먹는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이전에 향이 강렬한 요리들을 먹다 보니 지방기있는 육향 가득한 요리는 오히려 조금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한 것 같아요. 외국 셰픋들이 한국 음식점에 오면 아쉬워하는, 메인 디쉬는 항상 소고기다. 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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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만둣국이에요. 만둣국이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요... 한우 사골로 만든 콩소메 육수에 쵸리조로 속을 채운 골디따를 넣은 요리에요. 콩소메는 쇠고기, 머랭, 당근, 양파, 샐러리를 푹 끓여서 걸러낸 맑은 육수에요. 프렌치에서 설렁탕... 같은 느낌이겠죠.
골디따는 또띠야 안에 속을 채워서 튀긴 요리에요. 군만두! 인거죠.
맛은 설명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고수 딜 향긋 시큼 고소 한 똠얌꿍같은 맛이 났어요. 태국의 국물 요리에는 레몬그래스가 많이 들어가는데, 아마 시큼한 맛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아요. 어쩌면 '라임' 의 시큼한 맛을 이런 식으로 국물에 녹여 내서 멕시칸의 정체성을 형상화 한 것일 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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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은 쁠레 네그로에요. 오늘 코스의 메인 디쉬였죠. 쁠레 네그로는 위의 생선요리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아래에 깔려 있는 저 검은 무언가를 의미하는 거랍니다.
쁠레 네그로는 원래 멕시코에서 잔치때 내오는 음식이래요. 초콜릿, 견과류, 칠리 등 에스콘디도에서 사용하는 30가지 정도의 향을 내는 원재료를 넣고 푹 고아내서 만든 소스에요. 집집마다 질감, 맛, 들어가는 재료가 다 다르다고 하니, 한국의 음.. '김치'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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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찾아보니, 쁠레 라는 이름이 원래 이름이고, 네그로는 초콜릿이 들어간 검은 색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하네요. 저는 이날 쁠레라는 음식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 삼치를 살짝 익히고, 찹쌀현미로 멕시칸 라이스를 만들어서 호박잎으로 감쌌고, 더덕을 구워서 곁들였어요. 소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심심한 구성이죠? 저 소스가 그 모든 재료를 덮을 만큼 특별했거든요.
맛은 음... 이날 처음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맛을 보았어요. 달고, 짜고, 맵고, 시고, 그런 1차원적인 표현을 넘어서 다양한 맛들이 한 번씩 혀를 치고 가는데, 너무 많이 툭툭툭 맞다 보니 구별조차 어려운 그런 무언가의 오묘한 맛.... 맛의 분해능을 넘어서는 그런 맛이었달까요. 한약 같기도 하고... 한 번 나중에 만들어보거나, 다른 곳에서도 경험해 보고 싶은 맛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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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는 옥수수잎에 감싼 멕시코 의 전통... 찹쌀떡...? 따말과 돈 훌리오 데킬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었어요. 예전에 군대에 갔을 때 술이 정말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 그때 당시에 막 출시됐던 하겐다즈 스카치위스키맛을 사서 먹었던 적이 있어요.
하겐다즈 안에 위스키가 춈춈이 박혀 있어서, 맛있게 먹었었는데요. 그 추억이 떠오르는 맛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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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리를 다 먹고 난 뒤 손을 닦을 때 썼던 수건이 재밌어서 찍어 왔어요. 멕시코 요리, 특히 타코는 먹을 때 손에 많이 묻는 것 같아요. 안 묻히려 해도 말이죠. 예전에 들어본 얘기로는, 학교에 멕시코에서 오래 살다 온 친구한테 지인이 같은 주제로 물어봤는데, 멕시코 사람들도 타코를 그냥 흘리고 묻혀가면서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ㅋㅋ.
어쩌면 이렇게 묻혀가면서 먹는 것까지가 라임 칠리, 또띠야에 더한 타코의 또다른 요소일 수도 있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찍어 왔어요.
이렇게 에스콘디도를 다녀온 기억을 갈무리해 봅니다..! 멕시코 요리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던 그런 날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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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재료 탐방
식사를 넘어서 예술로. '서울미식마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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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10월에 서울미식주간이 열렸어요. 서울에서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점들을 소개하고, 이벤트를 하는데요. 서울 미식 100선이라는 가이드도 발매하고 있어요. 흑백요리사로 시작된 미식에 대한 관심이 이 행사를 계기로 증폭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서울 미식주간에 열리는 행사 중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미식마켓에 다녀왔어요. 마르쉐는 지역 농부들의 농산물을 식당들에 연결해주는 브랜드에요. 마르쉐의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식당들의 요리를 맛보고, 또 다양한 지역 식재료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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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하몽을 드셔 보셨나요? 치즈를 연상시키는 꼬릿한 향과 감칠맛이 특징인데요. 이날 먹은 하몽은 좀 달랐어요. 뭐랄까... 넛티하다...? 정말 견과류의 맛이 나는 거 있죠?
신기해하고 있었더니, 사장님이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라고 하더라구요. 도토리를 먹여서 키우면 이렇게 견과류 맛이 고기에서 난다고 해요. 식생활에 따라서 맛이 변한다니,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내가 먹는 요리도 하나하나 내 몸을 변화시키고 있겠죠. 식생활에 신경써 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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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파는 명란도 한 번 시식해 봤어요. 흔히 아는 명란젓, 일본식 저염명란, 소금으로만 간한 소금명란 그리고 전통 방식으로 삭혀? 만드는 조선명란을 먹어보았어요. 소금명란은 음.. 짠 맛이 상당히 강했구요. 숙성명란은 뭔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명란젓과는 조금 달랐구요, 조금 딱딱해진 그런 형태의 명란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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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버터를 팔고 있는 부스였어요. 김버터, 복숭아 버터.? 위스키 버터도 팔더라구요. 정말 버터들이 다양하지 않나요? 저는 김버터가 맘에 들었는데, 품절돼서 못 산게 아쉬웠어요. 얇은 파스타면을 사용해서 파스타를 만들고 마지막에 열을 가해서 녹이고 들기름을 두르면 음.... 들기름 막국수와 비슷한 무언가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펌킨 스파이스 버터는 올 가을 스타벅스 신메뉴였던 펌킨 스파이스 오트 라떼와 정말 정말 비슷한 맛이었어요. 어쩌면, 이 버터를 만드신 분들도 그 메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닐까요? 음... 호박에 향신료 맛이 나서.. 닭다리 같은걸 구운 뒤에 위에 녹여내서 먹으면 정말 맛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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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매한 식재료들입니다!
저염명란, 도토리맛나는 하몽, 바칼라우 통조림, 마늘오징어 통조림, 홍합토마토 통조림, 크로틴 치즈, 펌킨스파이스버터, 납작복숭아버터를 샀어요. 거기에 후추까지..!
바칼라우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서유럽 쪽에서 매우 자주 먹는 염장대구에요. 나중에 한 번, 진지에서 바칼라우를 사용하는 요리를 하게 된다면 여기서 통조림을 사와서 할 생각이 있어요.! 나머지 통조림들은 궁금해서 같이 한 번 사 보았어요. 후기를 들고 오도록 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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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크로틴 치즈는 산양젖으로 만들었대요. 근데 겉에 재를 발라서 숙성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양 특유의 꼬릿꼬릿한 향이 정말 강하게 풍기는,, 그런 까망 치즈였어요. 꼬릿함을 좋아해서 사 보았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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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이날 먹은 점심으로, 비건 피쉬앤칩스와 콜리플라워 프라이 오픈토스트였어요. 재밌게도, 이날 음식 부스에는 비건 음식들을 많이 팔더라구요. 평소에 구경할 수 없던 다양한 비건식들을 마주하고 왔어요.
비건 피쉬앤 칩스는 해조류로 만든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저는 비건 음식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는데요, 얼마 전 진지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데, 알러지 있는 식재료가 계속 하나씩 끼어들어서, 참여를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비건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보다 general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요리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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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는 일, 혼자하기는 두려워도 같이 하면 용기가 나는 법이죠.
혼자서는 못했을 일도 같이 해주는 동지가 있어 평소 안 해보던 것도 해보며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이번 11월 초중반 별별님의 주도로 '너야 흑백요리사' 란 주제로 진행된 요리모임 덕에 '일상에서 해보기 어려웠던 요리'를 선뜻해보며 리프레시가 되었어요. 계란 노른자로 만든 소스, 두부 스프, 수비드 등등 평소에는 시도할 생각도 못했던 것들을 선뜻 해보며 환기할 수 있었답니다.
일상 속 리프레시 중요하죠.! 혹시 어렵다면 동지를 구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연말이란 좋은 핑계도 있으니 친구들과 함꼐 평소 일상과 동떨어진 일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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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레터를 만드는 사람들 👩🍳👨🍳
지니)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음식도 일상도 따땃한 것들로 채워나가는 연말 되시길 바래요. 올 한 해도 진지레터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평안하세요☺️
뿌린) 올 한해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 인사드리게 될 것 같지만서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음식들로 매일을 채워 나가시길...!
별별) 다들 이번 도엔 즐거우셨을까요? 이번 한 해가 좋았다면, 그리고 설령 좋지 않았더라도 연말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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